文档介绍:겨울나들이
박완서
나는온천물에몸을담그고기분좋아하기전에, 이온천물이진짜일까가짜일까, 고작이런주접스러운생각부터했다. 2류여관특실의평범한타일욕조에달린냉수· 온수두개의수도꼭지와샤워는여느허름한목욕탕과조금도다르지않았다. 빨간동그라미표시가있는수도꼭지에서쏟아지는더운물이수도물데운게아니고땅에서솟은진짜온천물이란증거가어디있냐말이다.
 꼭온천물에몸을담가야할만한특별한지병(持病)이있는것도아니요, 또이러쿵저러쿵떠들어대는대로의온천물의효험따위를믿어온바도없거늘나는그런트집이라도잡아나를더더욱처량하게만들고싶었다. 처음부터재미있으려고시작한여행은아니었다. 무엇인가어긋난데서시작된여행이고보니끝내어긋나종당엔엉망진창이돼버려라, 뭐이런심뽀였다.
 상업적으로날리는화가는아니었지만꽤개성있는특이한자기세계를고집하고있어그런대로알려지고평가도받고있는중견화가인남편은요즈음세번째개인전을앞두고그준비때문에집에들어오지않고시내에있는아틀리에에묵는일이많았다. 남편의건강이염려돼나는가끔먹을것을해가지고나가보고, 남편은옷을갈아입으러집에들르고하는정도였다. 어제도나는시내에나갔다가로스고기를좀사가지고아틀리에에들렀다. 출가한딸이와있었다. 남편은출가한딸을모델로그림을그리고있었다. 극도로단순화, 동화화한풍경이나동물을즐겨그릴뿐, 인물이남편의그림에등장하는걸거의본적이없는나는적이놀랐다. 그리고그인물화는남편의종래의화풍과는전연다른끔찍하도록섬세하고생생하고사실적인그림이었다. 그렇게똑같이닮게그린그림이좋은가나쁜가는둘째고나는울컥혐오감부터느꼈다. 혼(魂)까지옮아붙은영정(影幀)을보는느낌이었다. 더욱질린건모델인딸과화가인남편이이루고있는미묘한분위기였다. 부드럽고따습고만족한교감은사랑하는부녀사이의그것으로이해할수있었으나부녀이상의비밀스러운무엇인가가있었다. 둘이만친하고싶은눈치가역력했다. 둘은나를예의바르게반겼는데도나는밀려난것처럼느꼈다.
 출가해서삼년째, 갓돐지난첫애를두고있는딸은처녀때와는또다른윤택하고기품있는아름다움으로소파에단정히앉아있었다. 한창때구나하는찬탄과동시에섬광처럼눈부시게어떤깨달음이왔다. 그렇지꼭저맘때였겠구나! 남편이난리통에첫번째아내와생이별한게꼭첫번째아내가지금딸만한나이때였겠구나하는깨달음은나에게얼마나충격적이었던가. 더군다나딸은내친딸이아니고남편과첫번째아내와의사이에서난딸이었다. 딸은엄마를닮는법이다. 남편은딸을통해이북에두고온당시의아내의모습을되살렸음에틀림없다. 나는그여자보다훨씬손아래지만지금남편옆에서볼품없는꼴로
늙어가는데그여자는남편의가슴속에지금의딸의모습처럼빛나는젊음과아름다움으로간직돼있었구나싶자질투가독사대가리처럼고개를드는걸느꼈다. 여자의질투를위해선휘어잡을머리채가마련돼있어야하는법이다. 그러나나는지금누구의머리채를휘어잡을수있단말인가. 나는점잖게예사롭게굴수밖에없었고, 그건여간만고통스러운게아니었다. 발산시키지못한질투심은서서히여지껏산게온통헛산것같은허탈감으로이어졌다.
 사느라고열심히살았건만-----. 이북에노부모와아내를남겨두고어린딸하나만업고내려온빈털터리, 게다가나이는나보다열두살이나더많고직업도불안정한무명화가를불쌍